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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퇴계선생 귀향길 재현 걷기

임금의 만류에도 끝내 택한 물러남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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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4.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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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남한강길을 따라.jpg

 

임금의 만류에도 끝내 택한 물러남의 길 

 

 

1568년 7월, 68세의 퇴계선생(李滉, 1501~1570)은 선조임금의 부름을 받고 조정에 나아갔다. 선조 2년, 임금의 보령은 17세였다. 이후 선생은 경연에서 성심을 다하여 소년 임금을 보좌하였다. 그 해 12월, 평생의 학문적 공력이 담긴 <성학십도>를 임금에게 올린 선생은 고향 예안(지금의 안동)에 돌아가 삶을 마무리 하려고 하였다. 임금과 조정의 신료들은 선생이 조정에 남아 소년 임금을 보필하여 주기를 바랐으나, 선생은 몇 달에 걸쳐 사직 상소를 올렸다. 1569년 3월 4일에야 임금은 선생에게 일시적인 귀향을 허락하였다. 귀향 1년 9개월만(1570년 12월 8일)에 선생께서 돌아가셨기에 생애 마지막 귀향길이 되었다. 귀향 소식을 들은 홍섬, 박순, 기대승, 윤두수, 김귀영, 김성일, 이순인과 같은 명사들은 대거 한강 두뭇개나루(지금의 동호대교 북단)로 나와 전별했다. 여러 분이 배 위에서 송별시로 아쉬움과 존경을 표하였다.

 

선생은 왜 임금의 만류와 많은 사람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물러남의 길을 택했을까? 거기에는 선생께서 평생 염원한 소망이 담겨있다. 선생의 소원은 ‘善人多’ 즉,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이었다. 조정에서의 일은 다른 사람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도리를 찾는 깊이 있는 학문과 이를 솔선하는 인격적 지도자 선비를 길러내는 일은 자연 속 고요한 가운데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 장소로 적합한 곳이 자신의 고향 도산이라고 생각했다. 즉 선생의 물러남은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을 위한 또 다른 나아감이지 않았을까. 이러한 선생의 길을 따라 걷는 것은 오늘날 개인의 나아감만을 추구하는 우리들에게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줄 수 있을 것이다.

 

제2회 퇴계선생 귀향길 재현 걷기, 이달 15일 경복궁에서 출발

 

앞서 2019년 4월, 도산서원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이 주최하고 도산서원참공부모임이 주관하여 선생의 마지막 귀향 450년을 기념하는 걷기 재현 행사를 가졌었다. 이 행사는 본시 선생의 자취를 따라가면서 곳곳에 남은 가르침을 얻고자 마련된 일회성 행사였다. 그런데 재작년 행사 때 참가자들이 매년 개최를 희망하였고 언론에서도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며 많은 지면을 할애하였다. 이러한 관심과 성원에 힘입어 2020년 두번째 행사를 추진하였으나, 전세계적인 코로나19의 여파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코로나는 극복되지 않았으나, 이 행사의 참 의미와 여망을 반영하여 올해는 시의에 맞게 추진하려고 한다. 옛 일정대로 이달 15일부터 28일까지 <제2회 퇴계선생 귀향길 재현 걷기>가 진행된다. 경복궁에서 도산서당까지 선생 귀향 날짜(음력 3.4~17.)와 노정에 맞춰 걷는다. 퇴계의 귀향길 270여km(이중 충주댐 수몰 지역 30km는 선박 이용)를 13박 14일간 매일 평균 20km를 걸어간다.

 

임금께 하직 인사를 드리고 경복궁을 나섰던 452년 전의 퇴계선생처럼 재현단은 4월 15일(음3.4.) 오후 2시 경복궁 사정전 앞에서 출발한다. 출발에 앞서 1시 20분부터 재현단을 이끄는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의 인사말, 강경환 문화재청 차장과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의 축사에 이어 선생이 작사한 <도산십이곡>을 참석자가 함께 노래 부른다. 경복궁 광화문을 나선 재현단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4인이 걸어가되 의미있도록 작은 행사를 갖기도 한다. 이튿날(4월 16일) 오후 2시에는 그 옛날 퇴계선생이 이틀째밤을 지냈던 봉은사 내 보우당에서 한국고전번역원 이상하 교수가 ‘퇴계와 불교’, 한국국학진흥원 임노직 박사가 ‘사명대사와 안동선비’에 대해 강의한다. 이 강연은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의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한다. 이후 노정에서는 선생이 머물렀거나, 지인들과 시(詩)를 주고받은 곳에서 선생이 주고받은 시를 창수(唱酬)하거나 소규모 즉석 강연회를 가진다. 23일 2시경에는 청풍문화재단지 내 한벽루(寒碧樓)에서 선생의 시(詩) 현판 제막식을 가질 예정이다. 28일 재현단 일행이 안동 도산서원에 도착하면 상덕사에서 선생께 고유한 다음, 도산서당에서 마무리 좌담회를 가지며 폐막에 갈음한다. (걷기는 매일 오전 8시에 출발하며, 개막 당일만 오후 2시 출발)

 

퇴계는 편지로, 우리는 ZOOM(줌)과 유튜브로

 

재현단과 일반인이 매일 30~50명씩 함께 걸었던 2019년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450주년 재현 행사>와 달리, 올해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하루에 재현단 인원을 4명으로 제한한다. 주목할 점은, 재작년 행사 때 참여했던 인문학 전공자 13명이 일반인에게 이 길을 권유하고자 퇴계의 귀향길 인문답사기 《퇴계의 길에서 길을 묻다》을 펴내고 이번에도 재현단으로 참여해 날마다 교대로 걸어간다는 것이다. 각자 집필한 구간을 걸으면서, 그날의 퇴계선생의 자취와 시 등을 설명하고, 답사기에서 중요한 대목을 간추려 낭독하면서 그 의미를 되새긴다. 특히 이 모든 행사는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의 유튜브 채널(영상명: 퇴계의 길에서 길을 묻다)에서 시청할 수 있다. 마치 교통・통신이 불편한 그 옛날 퇴계선생께서 소중한 사람들과 3,000여 통의 편지로 소통한 것처럼, 행사에 관심을 갖는 많은 분과 공유하고자 마련하였다.

 

2019년도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450주년 재현 걷기에 참여한 도산서원참공부모임 회원(퇴계학 전문학자) 13명이 자신이 걸은 구간 별로 나누어 쓴 답사기이다. 주최 측은 이 의미 있는 길이 매년 한 차례 재현 행사에서만 걷기보다는, 누구나 언제든 갈 수 있는 길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452년 전 퇴계선생의 귀향길은 현재 총 5개 광역지자체와 10여 개가 넘는 기초자치단체에 걸쳐있어, 당장 통일된 표지판을 갖추는 데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따라서 이 길을 직접 걸었던 김병일 도산서원장과 도산서원 참공부 모임 연구자들이 각 구간별 길의 특징과 퇴계선생 관련 내용을 엮어 인문 답사서로 펴낸 것이다.

 

퇴계의 길을 보다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만인의 길로!

 

퇴계선생 귀향길은 선생의 정신과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길이라는 점 외에도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다. 우선 사시사철 우리 자연, 특히 남한강 구간의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다. 또한 각 지역의 역사 유적과 문화유산이 곳곳에 남아 있어, 열흘이 넘는 여정이 지루할 틈이 없다. 길을 따라 걸었을 뿐인데 신체의 활력과 마음의 힐링, 인성의 함양에 더하여 인문 역사 공부가 자연히 따라온다. 머지않아 여타 둘레길들과 결이 조금은 다른, 자연과 인문을 아우르는 새로운 걷기 문화의 현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 코로나19에 고통 받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언제든 퇴계선생의 정신과 그 향기가 남은 이 길을 걸으면서 자연을 즐기고 삶을 돌아보는 가까운 구도(求道)의 길이 되길 바란다. 그 뜻을 담아 한 걸음 한 걸음 더해가고 있는 이 퇴계의 길이 보다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만인의 길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한편 본 행사를 주관하고 답사책을 발간한 <도산서원참공부모임>은 2015년 퇴계선생의 정신을 참답게 공부하고 세상에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조직되었다. 퇴계학 전문가를 비롯한 문사철 분야의 학자들과 전통문화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퇴계 선생이 남긴 글을 강독하며 그 정신의 실체를 연구 실천하고 있다. 2018년에는 《마음에 새긴 선현의 가르침, 箴銘諸訓》을 펴낸데 이어 현재 《퇴계선생언행록》을 공부하는 중이다. 2019년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을 발굴, 재현 걷기 행사에 참여하고 최근 그 의미를 널리 공유하기 위해 인문답사기 《퇴계의 길에서 길을 묻다》를 함께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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